지난 5월 10일 둘째가 태어났습니다. (둘째 이름은 이수아입니다.)
둘째가 태어나면서 아내는 3일간은 병원, 곧 이어 두 주간은 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첫째는 아빠인 제가 보아야 했습니다. 저희는 대구에 있고, 할머니들은 멀리 충남 아산에 계시기도 하고, 외할머니는 직장에 다니시고, 할머니는 때마침 이사를 하셔서 영락없이 큰 딸 루다는 아빠인 저와 단 둘이 지내야 했습니다. 물론 아침 9시 30분부터 오후 2시 40분까지 어린이집에서 돌봐주기는 하지만, 나머지 시간들은 아빠와 씨름을 하건, 레슬링을 하건 보내야 했습니다.
저는 나름대로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. 아빠표 간장갈릭소스 닭 직화구이도 해주고, 두류공원에 가서 함께 자전거도 타고, 루다가 좋아하는 홈플러스도 가서 신나게 놀기도 했습니다. 그래서였는지 걱정했던 것과 달리 루다가 씩씩하게 잘 지냈고, 밤에도 저와 잘 잤습니다.
그런데 엄마가 돌아오고 나서는, 루다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. 무엇이든지 엄마가 해주길 바라고, 엄마와 하기를 바라고, 제가 나서면 떼를 쓰며 싫다고 합니다. 며칠 전만 해도 분명히 저와 신나게 하던 놀이고, 늘 제가 해줘도 별 탈 없이 했던 생활들도, 꼭 엄마하고만 하겠다고 난리입니다. 이런 루다의 태도를 보며 얼마나 엄마 없이 속상했을까 안쓰럽기도 하면서도, 한편으로는 괜히 짜증이 나더라고요.
제가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, 아직 몸조리 중이고, 둘째 모유수유로 힘든 아내를 돕고 싶은 마음에 루다를 챙기고 돌볼 일은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인데, 막무가내로 제 손길은 뿌리치는 루다가 얄미웠습니다. 그러다보니 루다와의 관계가 계속 악순환이더라고요.
둘째를 데리고 오면, 아무래도 모유수유 등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니, 그리고 첫째는 저와도 나름대로 정이 쌓였으니, 첫째는 제가 많이 보고, 둘째는 아내가 많이 보는 쪽으로 육아의 방향을 잡았는데, 그게 틀린 생각이었더라고요.
첫째는 갑자기 집 떠난 엄마가 또 다른 녀석을 떡하니 데리고 와서는 그 녀석만 안고 챙겨주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치 사랑하는 배우자가 Second를 데려와 함께 지내는 것을 보는 것 같은 충격이라는ㅠㅠ. 그래서 모유수유는 어쩔 수 없지만, 둘째를 돌보는 왠만한 일은 제가 하고, 아내는 첫째와 많이 놀아주는 것으로 방향을 다시 설정했습니다. 이렇게 해서 루다가 예전처럼 말 잘 듣는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지만, 루다가 때가 때이니 만큼(30개월) 여전히 미운 짓을 많이 합니다.
아! 이와 관련해서 아이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는 좋은 책이 있더라고요. ‘빨강이 제일 좋아’라고. 이 책을 루다에게 읽어주며, 아! 루다가 이런 마음이겠구나 라고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, 그러나 미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. 암튼 그래서 자주 큰 소리를 내게 되는 저에게 아내가 함께 읽어보자고 권해준 책이 있습니다.
“성품이 좋은 아이로 키우는 자녀 훈계법”이라는 이영숙 교수님이 쓰신 책입니다.
아내는 이미 읽고, 책이 참 좋다며 저에게 함께 읽고 생각을 같이 정리하자고 몇 번 이야기 했던 책인데, 이런 저런 이유로 아직 못 읽고 있다가 오늘 책을 꺼내 조금 읽었습니다. 서두지만 참 좋더라고요. 많이 배우겠구나 싶고요.
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보니
“자녀의 성취에 관심을 두지 말고 성품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.”
“훈계는 징벌과 다르다.”
“바른 훈계는 일정한 지침에서 나와야 하는데, 그 지침은 영원하신 하나님의 말씀에서 비롯되어야 한다.”
이런 내용들이 있었습니다. 앞으로 읽을 내용이 기대가 됩니다.
아! 그리고 책의 앞부분에 시가 하나 소개 되어있는데,
그 시를 옮겨 적는 것으로 오늘 우아한 아빠의 육아일기는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.
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
-다이아나 루먼스-
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
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 주고,
집은 나중에 세우리라.
아이와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,
손가락을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.
아이를 바로잡으려고 덜 노력하고,
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많이 노력하리라.
시계에서 눈을 떼고,
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.
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더 많이 아는데 관심을 두지 않고,
더 많이 관심 갖는 법을 배우리라.
자전거도 더 많이 타고,
연도 더 많이 날리리라.
들판을 더 많이 뛰어다니고,
별들을 더 오래 바라보리라.
더 많이 껴안고 더 적게 다투리라.
도토리 속에 떡갈나무를 더 자주 보리라.
덜 단호하고 더 많이 긍정하리라.
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,
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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